AC.217.심화

 

2. ‘8:12-13

 

12그들이 가증한 일을 행할 때에 부끄러워하였느냐 아니라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을 뿐 아니라 얼굴도 붉어지지 아니하였느니라 그러므로 그들이 엎드러질 자와 함께 엎드러질 것이라 내가 그들을 벌할 때에 그들이 거꾸러지리라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13여호와의 말씀이니라 내가 그들을 진멸하리니 포도나무에 포도가 없을 것이며 무화과나무에 무화과가 없을 것이며 그 잎사귀가 마를 것이라 내가 그들에게 준 것이 없어지리라 하셨나니 (8:12, 13) Were they ashamed when they had committed abomination? Nay, they were not at all ashamed, and they knew not how to blush; therefore I will surely gather them, saith Jehovah; there shall be no grapes on the vine, nor figs on the fig tree, and the leaf hath fallen (Jer. 8:12–13),

 

 

이 구절을 AC.217에서 인용한 이유는, ‘포도나무’는 영적 선(spiritual good)을, ‘무화과나무’는 자연적 선(natural good)을 의미하며, 이 둘의 열매가 없다는 것은 교회 안에서 모든 선이 사라진 상태를 의미한다는 사실을 보여 주기 위해서입니다.

 

스베덴보리는 특별히 이 구절의 앞부분과 뒷부분을 연결해서 읽습니다. 앞에서는 ‘그들이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뒤에서는 ‘포도도 없고 무화과도 없다’고 말합니다. 문자적으로는 서로 다른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내적 의미에서는 하나의 상태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AC.213 AC.216에서 이미 보았듯이, 부끄러움을 느낀다는 것은 아직 선의 흔적이 남아 있다는 뜻입니다. 사람이 자신의 악을 보고 괴로워할 수 있다는 것은 아직 양심이 살아 있다는 증거입니다. 그런데 예레미야는 이 사람들이 ‘얼굴도 붉어지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즉 악을 행하면서도 아무런 내적 저항이나 수치를 느끼지 않는 상태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어지는 ‘포도나무에 포도가 없고 무화과나무에 무화과가 없다’는 말은 그 원인을 설명합니다. 포도는 영적 선의 열매이고, 무화과는 자연적 선의 열매인데, 둘 다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주님과 진리를 사랑하는 영적 선도 사라졌고, 정직과 양심, 도덕성과 같은 자연적 선도 사라졌다는 뜻입니다.

 

특히 스베덴보리는 무화과나무보다 더 심각하게 포도나무를 먼저 언급합니다. 왜냐하면 영적 선이 먼저 죽으면 결국 자연적 선도 오래 유지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종교적 사랑이 사라지고, 나중에는 인간적 양심마저 무너집니다. 그 결과 사람은 악을 행하면서도 부끄러움을 모르게 됩니다.

 

또한 마지막의 ‘잎사귀가 마른다’는 표현도 중요합니다. 잎은 흔히 진리에 대한 지식이나 외적 교리를 의미합니다. 따라서 포도도 없고 무화과도 없고, 결국 잎까지 마른다는 것은 선도 없고 진리도 없으며, 남아 있던 외적 종교 형식마저 생명력을 잃게 된 상태를 의미합니다.

 

그래서 AC.217에서 이 구절은 단순히 농작물의 흉작을 예언하는 말씀이 아닙니다. 그것은 교회의 전면적 황폐(vastation)를 묘사하는 말씀입니다. 영적 선도 없고, 자연적 선도 없고, 진리도 없으며, 심지어 자신의 악을 부끄러워할 줄도 모르는 상태입니다.

 

스베덴보리가 특별히 ‘오늘날 악 가운데 있는 사람들은 자기 악을 오히려 자랑으로 삼는다’고 덧붙이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부끄러움을 잃는다는 것은 단순히 감정 하나를 잃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영혼 안에 남아 있던 마지막 경고등이 꺼지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예레미야는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얼굴도 붉어지지 않는다’는 말을 매우 심각한 영적 진단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결국 AC.217에서 렘8:12-13을 인용한 이유는, 부끄러움을 잃은 상태와 포도나무, 무화과나무의 열매가 없는 상태가 사실상 같은 영적 상태를 가리킨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서입니다. 영적 선이 사라지면 포도가 없어지고, 자연적 선이 사라지면 무화과가 없어지며, 그 결과 사람은 악을 행하면서도 더 이상 부끄러워하지 않게 됩니다. 이것이 스베덴보리가 이 구절 속에서 본 교회의 황폐한 모습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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