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311.심화
1. ‘홍수 이후의 사람들’
홍수 이후의 사람들은 더 이상 태고교회처럼 의지와 이해가 하나인 상태로 태어나지 않고, 이해를 통하여 진리를 배우고, 그 진리 안에서 주님께서 양심을 형성하시는 새로운 질서 안에서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AC.311 해설)
그러니까 ‘한 통으로 만들었다가 둘 다 버릴 바에는 차라리 따로따로 만들어 하나가 망가지면 그 부분만 새것으로 교체하자’는 식으로 이해하면 되나요?
네, 비유로는 상당히 적절합니다. 다만 한 가지 중요한 점을 덧붙이면 스베덴보리의 의도에 더 가까워집니다.
태고교회의 인간은 비유하자면 ‘의지와 이해가 하나의 엔진으로 통합된 구조’였습니다. 이 구조는 정상일 때는 엄청난 장점이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것이 곧 아는 것이고, 아는 것이 곧 행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진리를 따로 배우거나 추론할 필요 없이, 선을 사랑하면 곧바로 진리를 지각(perception)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구조에는 치명적인 위험이 있었습니다. 중심축인 의지가 부패하면 이해도 함께 부패한다는 것입니다. 의지와 이해가 분리되어 있지 않으므로, 자기 사랑이 의지를 장악하면 이해도 그것을 진리라고 확신하게 됩니다. AC.310과 AC.311에서 말하는 홍수 전 사람들의 ‘persuasion’이 바로 이런 상태입니다. 거짓을 거짓으로 의심하거나 수정할 여지가 거의 남지 않습니다.
홍수 이후 주님께서는 인간의 구조를 바꾸셨습니다. 목사님 표현처럼 ‘따로따로’ 만드신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히 고장 난 부품을 교체하기 쉽도록 만든 기계적 설계 변경이라기보다, ‘의지를 직접 건드리지 않고, 이해를 통해 사람을 다시 살릴 수 있는 길을 마련하신 것’입니다.
홍수 이후에는 이해가 먼저 진리를 듣고, 배우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주님께서 그 진리 안에서 조금씩 양심을 형성하십니다. 아직 의지가 완전히 선해지지 않았더라도, 이해가 진리를 붙들 수 있기 때문에 사람이 회개하고 거듭날 가능성이 생깁니다.
그래서 저는 목사님의 비유를 이렇게 조금 수정하면 더욱 정확하다고 생각합니다.
‘한 통으로 만든 구조는 완전할 때는 가장 아름답지만, 한 부분이 썩으면 전체를 살리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홍수 이후에는 의지와 이해를 구별, 설령 의지가 병들었더라도 이해를 통해 진리를 받아들이게 하시고, 그 진리 안에서 새로운 양심을 형성, 결국 의지까지 새롭게 하시는 질서를 마련하셨습니다.’
이렇게 보면 홍수 이후의 인간은 ‘성능이 낮아진 인간’이 아니라, ‘회복 가능성이 훨씬 커진 인간’입니다.
사실 이것은 스베덴보리의 거듭남 교리 전체를 관통하는 중요한 원리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처음부터 의지가 변화되어 진리를 아는 것이 아니라, ‘먼저 이해가 진리를 배우고, 그 진리를 삶으로 옮길 때, 주님께서 새로운 의지(새 voluntarium)를 조금씩 형성하십니다.’ 따라서 홍수 이후의 구조는 단순한 ‘응급조치’가 아니라, 타락한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마련된 새로운 섭리의 질서라고 이해하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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