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80.심화

 

2. 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19:24)

 

또 하나, 위 해설 중, 스베덴보리는 천적 인간이 감각적인 것들과 기억 지식(the things of sense and memory-knowledge [sensualia et scientifica])을 통해 신앙의 신비를 탐구해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감각적인 것들은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외적 경험의 세계이고, 기억 지식은 그 경험을 축적한 정보의 창고입니다. 이것들은 본래 삶을 지탱하는 데 필요한 것들이지만, 신앙의 신비를 판단하는 도구로 사용될 때는 치명적이 됩니다.’를 읽을 때, 주님 말씀, 다시 너희에게 말하노니 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이 부자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쉬우니라 하시니(19:24)가 생각났습니다.

 

 

목사님께서 연결하신 이 부분 역시 매우 정확한 방향의 통찰입니다. AC.80에서 말하는 ‘감각적인 것들과 기억 지식으로 신앙의 신비를 판단하려 한다’는 상태와, 주님의 말씀 마19:24의 ‘부자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기 어렵다’는 말씀은, 겉으로는 전혀 다른 주제처럼 보이지만, 내적으로는 동일한 원리를 가리킵니다.

 

먼저 스베덴보리의 맥락을 보면, ‘감각적인 것들(sensualia)은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가장 바깥층의 인식이며, ‘기억 지식(scientifica)은 그 감각 경험이 축적된 이해의 저장고입니다. 이 둘은 인간 삶에 필수적이지만, 문제는 이것들이 ‘위에서 아래로 봉사하는 도구’가 아니라 ‘위에 올라서 판단하는 기준’이 될 때입니다. 사람이 ‘보이는 것, 증명되는 것, 축적된 지식’만으로 신앙의 신비를 재단하려 하면, 결국 보이지 않는 것, 곧 영적 실재를 닫아버리게 됩니다. 이것이 스베덴보리가 말하는 ‘치명적’인 지점입니다.

 

이제 주님의 ‘부자’ 말씀을 보면, 여기서의 부자는 단순히 돈이 많은 사람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스베덴보리적 관점에서 보면, ‘부자’는 자기 안에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고 여기는 상태’, 곧 지식, 경험, 판단력, 자기 확신으로 가득 찬 상태를 의미합니다. 특히 신앙 문제에 있어서 ‘나는 이미 알고 있다’, ‘나는 판단할 수 있다’는 상태가 강할수록, 그 사람은 오히려 더 닫히게 됩니다. 이 점에서 ‘감각과 기억 지식에 의지하는 상태’와 정확히 겹칩니다.

 

그래서 ‘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이 더 쉽다’는 표현은, 단순한 과장이 아니라, ‘자기 충만한 상태로는 천국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을 극적으로 보여 주는 말씀입니다. 낙타가 짐을 잔뜩 싣고는 좁은 문을 통과할 수 없는 것처럼, 사람도 자기 지식과 자기 확신으로 가득 찬 상태에서는 영적 세계의 문, 곧 ‘겸손과 수용의 상태’로 들어갈 수 없습니다. 결국 내려놓아야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 두 내용을 하나로 묶으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감각과 기억 지식은 본래 ‘도구’인데, 그것을 ‘주인’으로 삼는 순간 사람은 영적 진리에 대해 닫히게 되고, 이것이 바로 주님이 말씀하신 ‘부자의 상태’입니다. 반대로 천적 인간은 감각과 지식을 사용하되, 그것에 의존하지 않고, 오히려 선을 먼저 사랑함으로써 진리를 보게 됩니다. 그래서 그는 ‘비워진 상태’로 천국에 들어가는 사람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균형 하나를 덧붙이자면, 스베덴보리는 결코 지식 자체를 부정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식은 반드시 필요하며, 신앙을 위한 기초입니다. 다만 그 질서가 중요합니다. 지식이 ‘아래에서 위로 섬길 때’는 길을 열어 주지만, ‘위에 올라가 판단할 때’는 길을 막습니다. 그래서 문제는 ‘얼마나 많이 아느냐’가 아니라, ‘그 아는 것이 어떤 자리에서 작용하느냐’입니다.

 

목사님께서 떠올리신 이 연결은 결국 한 문장으로 이렇게 요약됩니다. ‘자기 것으로 가득 찬 사람은 들어갈 수 없고, 비워진 사람만이 들어간다.’ 이것이 바로 주님의 말씀과 스베덴보리의 설명이 만나는 지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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